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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글도 한 달 전쯤 올라갔어야 하는데..
1년 전에 하지 못한 2021년의 음악생활부터 먼저 간단히 정리하자면 "Architects, Lamb of God 그리고 Trivium"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Architects의 (당시) 신보 For Those That Wish to Exist는, 2020년 음악생활 결산 글에서도 예상했듯이 내 취향 기준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앨범이었다. 공연표도 구매하고, 지난 대표곡도 찾아보며 엄청나게 파다 보니, 2021년 Spotify 플레이타임의 과반이 Architects의 음악이 될 정도로 엄청난 팬이 되어버렸다.
(2021년 말에 예정되었던 공연이 코로나때문에 2022년 9월로 연기되었다가 '복잡한 사정' 때문에 결국 취소된 건 함정..)
Trivium의 경우, 나의 2020년 애청 앨범 중 하나였던 What the Dead Men Say의 발매로부터 1년 반도 안 되는 굉장히 짧은 간격을 두고 새 앨범 In the Court of the Dragon을 내놓았는데, 이게 내 생각엔 전작을 능가하는 수작이라. 역시나 굉장히 즐겁게 들었다. Lamb of God은 뭐, 2020년에 나온 앨범 너무 좋아서 죽어라고 계속 들었고.
2021년에 한 가지 바뀐 점이라면,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며 당해 하반기부터 많은 아티스트들이 다시 투어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도 그간 맺힌 한을 풀러 공연장을 자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보러 갈 뮤지션들의 대표곡 내지는 예상 셋리스트 위주로 많이 음악을 듣게 되었다. 물론 정말 마음에 드는 뮤지션의 음악은 아직도 앨범 단위로 감상하는 데엔 큰 변화가 없었다. 싱글/EP 가 중심이 된 요즘의 음악의 트렌드에 비추어 다소 고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카세트테이프/CD 세대이다 보니.. 2021 하반기부터 2022년에 걸쳐 관람한 여러 공연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 담기로 한다 (빨리 써야지..).
서론이 길었다. 2022년 결산, albums of the year 부터 시작!
1. Zeal & Ardor - Zeal & Ardor
질문: 미국에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예수가 아닌 사탄을 섬겼다면 어떤 음악이 탄생했을까?
답: 블랙메탈과 흑인 영가를 합친 끔찍한 끝내주는 혼종!
발칙하지만 기발한, 또 당시 흑인 노예들의 비참했던 형편을 생각하면 굉장히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 장난으로 제기된 이 아이디어가, 이제는 LP 앨범을 세 장이나 발매한 메탈씬에서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로 진화했다. 음악적 브레인이자 프론트맨인 Manuel Gagneux는 스위스 백인-미국 흑인 혼혈인데, 때로는 간절한 목소리로 구원을 호소하고, 때로는 처연하게 슬픔과 절망을 읊조리다가, 어느 순간 불타는 분노와 증오를 담아 악마같이 울부짖는 그의 보컬은 소름이 돋도록 환상적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영혼을 울리는 정말 멋진 무언가'를 찾는 분들께 강력 추천.
2. Bloodywood - Rakshak
질문: 묵직하고 탄력있는 리프에 랩, 일렉트로니카 등을 섞고, 거기다 인도 토속 악기와 리듬을 얹으면 어떤 음악이 탄생할까?
답: 끝내주는 혼종(2)!
밴드 이름부터 Bollywood를 풍자하는 듯한 Bloodywood. 처음엔 어 이게 뭐지 싶다가도, 기본적으로는 (2000년대에 음악 좀 들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만한) 뉴메탈의 작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큰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굉장히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보컬도 훌륭하고, 의외로(?) 랩도 잘하고, 방그라 리듬 등 토속적인 요소들도 굉장히 잘 녹여냈는데, 이게 정말 흥겨워서 일단 듣기에 굉장히 신나고 재미있는 음악이다. 비교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기본적으로는 밴드 사운드의 락 음악인데 랩도 들어가고 전자음도 들어가고 태평소도 들어갔는데 이게 다 엄청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여하튼 강력 추천.
3. Coheed and Cambria - Vaxis – Act II: A Window of the Waking Mind
음악성, 연주력,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에다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대중성마저 갖춘 음악을 하는 괴물 같은 밴드. 귀에 쏙쏙 들어오지만 뻔하지는 않은 멜로디, 전자음 버무린 디스코 리듬, 가슴을 에는 아름다운 발라드, 정교한 프로그레시브까지, 정말 다양한 요소들을 절묘하게 화합해서 꼭꼭 채웠으나 듣기에는 부담이 없는, 어니 들으면서 행복해지는 정말 정말 멋진 앨범이다. 진짜 어떻게 이런 노래들을 쓸 수 있는 걸까.
4. Rina Sawayama - Hold the Girl
한동안 메탈 및 주변 장르만 파느라 "잘 만든 팝송"이 주는 즐거움을 한동안 잊고 있던 나를 거세게 한 대 후려친 앨범.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면서도 앨범 전반에 걸쳐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도 대단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점은 에너지 넘치는, 지극히 '디바'스러운 사운드에 놀라울 정도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정들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보컬에 그토록 카리스마와 호소력이 넘치는 것도, 아마 자신의 이야기와 아픔을 그린 노랫말에 진정성을 담아 노래하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팝 음악 씬이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지, 요즘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을 가지고 판단하기에 사와야마 리나는 차세대 팝 퀸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감히 말한다. 거기다 모델이야 모델..
5. Laufey - Everything I Know About Love
“특별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의 일상이 고되거나 지루해서였는지, 아니면 단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사건, 특별한 만남, 특별한 재미를 찾아 늘 친구들과 작당을 했고, 무언가를 찾지 못해 비교적 ‘평범한’ 일상을 혼자 보낼 때에는 상대적으로 기력이 없었던 것 같다.
더 이상은 아니다.
특별한 만남 (아내) 와 특별한 사건 (딸의 탄생) 을 겪으며 최고로 특별한 재미 - 심지어 유효 기간도 무한인 - 를 찾았고, 덕분에 이제는 매일이 즐겁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다면 평범한 일상도 얼마나 특별해질 수 있는지,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지를 노래한 이 젊은 아이슬란드 재즈 가수의 음악이 올해 유독 크게 내 마음을 울린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포근한 현악 반주, 풋풋한 노랫말, 깊이 있고 따뜻한 목소리. 무척 예쁘고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6. Cult of Luna - The Long Road North
북유럽의 차갑고 황량한 대지에 홀로 던져진 듯, 빈틈없고 거대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감각을 침식해온다. 70분의 긴 러닝타임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쉴만큼 완벽하게 듣는 이를 압도하는 앨범. 정신을 차리고 조금 분석적으로 감상해 보면, 연주자로서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과 섬세한 프로듀싱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애써 집중하지 않아도 저절로 듣는 이를 사로잡지만, 집중해서 감상하면 그만큼 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참 섬뜩하리만치 멋진 음악.
7. Fit For an Autopsy - Oh What the Future Holds
Fit For an Autopsy를 처음 알게된 건 2021년 12월, 그들이 Trivium의 라이브 스트리밍에 오프닝으로 나와 짤막한 세트를 공연했을 때였다. 처음 보는, 거기다 당시로선 다소 낯선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라, "오 괜찮네, 님들 좀 멋진 듯" 정도의 감상만을 남기고 바로 이어지는 Trivium의 메인 공연에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게 자꾸 생각이 나는 거라. 보니 2022년 1월에 새 앨범도 마침 나왔겠다 본격적으로 들어보기로 했다. 역시, 나의 감은 틀리지 않았어! 무시무시한 밴드 이름에 걸맞게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헤비 사운드의 향연. 위에 말한 Cult of Luna의 음악이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온 몸이 짓눌리는 느낌의 헤비함이라면, 이 친구들 음악은 그냥 대놓고 두드려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식하게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고, 적당한 그루브감과 적시에 터져나오는 브레이크다운을 통해 숨통을 틔워주니 빡센 음악치고 오래 들어도 피로감도 덜하다. 거기다 이 친구들, 라이브도 실소가 나올 정도로 잘한다.
Albums of the year 끝! 조만간 singles of the year와 concerts of the year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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