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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나에게 음악을 듣는 제 1의 이유는 탐미에 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슬프게도 그리 많지 않다보니, 따져보면 다른 행위에 대한 배경으로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운동할 때가 아닐까. 진지함도 조금 덜어낼 겸, 리프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할 때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곡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사실 내 workout 플레이리스트가 좀 길어서, 다 소개하려면 아무래도 여러 번에 걸쳐 하게 될 것 같다. 일단 파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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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동용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들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대충 다음 정도가 나오는 것 같다:
- 대부분 템포가 빠르다.
- 꾸준히 반복되는 비트나 리프가 있지만, 단조롭지 않고 기승전결이 비교적 뚜렷하다.
- 싱코페이션이 많이 사용되었고, 질주감이 있다.
- 가사를 포함한 노래의 '결'이 반항적, 선동적, 진취적 혹은 공격적이다.
- 믹싱/마스터링 상태가 좋다.
1-4의 조건을 모두 혹은 대부분 충족하는, 그래서 내 플레이리스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곡들은 그래서 -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 메탈 혹은 그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다. 5번의 경우 생뚱맞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텐데, 좋은 곡이라도 레코딩이 '쨍'하고 날이 서있지 않으면 잘 힘이 안나는 것 같다. 주로 옛날 노래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공간감도 떨어지고 좀 답답한 느낌이랄까. 애석하지만 그런 이유로 제외하게 된 곡들이 의외로 꽤 된다. Dio의 Holy Diver라든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떡칠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 아티스트의 곡은 한곡씩만 넣는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했는데, 그래서 가끔 기분전환을 위해 몇몇 곡은 같은 아티스트의 다른 곡으로 바꿔줄 때도 있다. 그런 곡들은 괄호 안에 표기한다.
- Judas Priest - Painkiller (대체곡: Rising from Ruins)
처음부터 끝까지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드럼, 기타, 보컬의 향연. 중간중간 살짝씩 숨통을 트여주는 센스까지. 제목부터 진통제! 아 하나도 안힘들다! 최근 곡인 Rising from Ruins 역시나 간지가 폭풍치는 정말 멋진 곡이지만, 속도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 플레이리스트에 자주 넣지는 않는다. 위대한 밴드의 위대한 곡.
- Dark Tranquility - Atoma (대체곡: Lost to Apathy, Wonders at Your Feet)
귀에 착 감기는 몽환적인 사운드. 공격성과 서정성, 그로울링과 싱잉의 완벽한 조화. 스웨덴으 ㅣ거장이 보내는 희망의 메세지. 굳게 서라. 그리고 고개를 높이 들라! 이들의 라이브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자매품 Lost to Apathy도 아주 좋아요.
- Rage Against the Machine - Guerrilla Radio
"선동적 음악"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 분들. 교복입고 올림픽공원 가서 땀 찔찔 흘리면서 공연 본게 엊그제같은데. 그게 벌써 거의 20년 전이다. 이런 메세지에 이런 그루브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놀라울 따름. 운동중에도 어깨춤이 절로 난다. All hell can't stop us now!
- Amon Amarth - First Kill (대체곡: Cry of the Black Birds)
바이킹! 살육! 테스토스테론! 오덕! (이들의 밴드명 Amon Amarth는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 프로도와 친구들이 개고생하면서 절대반지 파괴하러 간 Mount Doom을 그 동네 말로 한 거란다.) 빡센 음악하는 거 치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저씨들. 사실 이 바닥에 덕후들이 많긴 하긴 하다. 여하튼, 멋진 기타 리프를 하도 잘 만드는 양반들이라 이 분들 앨범만 그대로 틀어도 좋은 운동용 플레이리스트가 될 듯.
- Amaranthe - Afterlife
얘네 음악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싶으실거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빠른 템포, 그리고 신스 소리가 버무려진 적당히 헤비한 사운드는 운동할 때 와따예요 와따. 넘실대는 뽕끼 때문인지 어릴적 살던 아파트 지하실 에어로빅장 같은데서 나오는 걸 상상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뭔가 친숙하고 푸근(..)한 느낌의 곡이기도 하다. 밴드 자체는 갈수록 그저 그런 팝 락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좀 안타까울 따름. 4년 전쯤 라이브 갔을 때는 괜찮았는데..
- Killswitch Engage - In Due Time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그 공백이 무색하게 오히려 더 성숙해진 보컬을 보여준 원년보컬 제시 리치. 자신이 밴드를 떠나있던 동안 보컬을 대신해주던 하워드 존스의 장점까지도 흡수한 듯한 모습이다 (역시 노래는 살이 좀 쪄야 잘되나). 나머지 멤버들의 기량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겠다. 워낙 명곡이 많은 팀이지만, 운동용으로는 비교적 직선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이 곡이 최고인듯?
- Messgram - Every Moment
이들의 음악은 뭐랄까, 묵직한 사운드에 비해 전체적으로 팝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피아처럼 FX 담당 멤버가 따로 있기도 하고.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잘 들리는 멜로디를 써내고, 그건 분명한 강점이다. 이 곡도 그렇다. 엄청난 파괴력을 뿜어내면서도 (특히 도입부), 후렴구의 멜로디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백프로 내 취향이라 할 수는 없지만 대중성도 어느 정도 갖췄고, 어쨌든 좋은 노래를 만드는 그룹이니, 잘 됐으면 좋겠다.
- 누모리 - 응원가
무슨 뉴메탈이나 얼터너티브 곡에 쓰일법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더니, 어? 꽹가리랑 장구가 나온다? 재즈 키보드도 나온다? 끝내준다. 제목에 걸맞게 신명나는 비트 (장단?),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피아노와 꽹가리, 베이스의 짜릿한 인터플레이란. 독특한 음색과 창법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보컬은 또 어떤가. IS, 잠비나이, 고래야, 비단 등 많지는 않아도 수년에 걸쳐 이런저런 퓨전 국악 음악을 접해봤는데, 잠비나이 이후로 나에게 가장 큰 설레임을 주는 그룹을 찾았다.
- Red Hot Chili Peppers - Coffee Shop
펑키 펑키 플리는 최고야
- Evanescence - What you want
고딕인척 하네 너무 팝스럽네 등등 말이 많지만, 에반에센스는 어쨌든 좋은 곡을 쓰는 괜찮은 밴드고, 에이미 리는 개성과 가창력을 겸비한 준수한 보컬리스트다. 적당히 다크하고 헤비한 사운드 +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가사 = killer workout track!
에고 힘들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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